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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리뷰] ‘카니발’ 콘서트

syc21pro 2008. 12. 15. 16:5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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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중앙일보 정현목] 13,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'카니발' 콘서트는 이적·김동률(34) 두 아티스트가 빚어낸 한 편의 축제였다. 두 가수는 밴드·오케스트라·국악이 한데 어우러진 품격있는 무대로 11년에 걸친 기다림에 보답했다.

이적과 김동률은 각각 '패닉'과 '전람회' 멤버로 활동하다가 '카니발'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1997년 '그땐 그랬지'라는 앨범 한 장을 남기고 해체했다. 이번 공연은 10월 말 예매와 동시에 2회 2만여 석이 매진돼 공연계에 큰 화제가 됐다.

카니발 앨범 수록곡 '롤러코스터'로 포문을 연 이들은 2시간 반에 걸쳐 24곡을 선사했다. 이들은 최근 히트곡 '다행이다'(이적) 와 '아이처럼'(김동률)을 서로 바꿔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. '다행이다'는 김동률 특유의 오케스트라 편곡이 더해져 한층 세밀하게 감성을 자극했다. '아이처럼'은 이적의 록적인 감성이 더해져 한층 탄력있는 곡으로 변했다.

두 멤버는 '강' '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'에서 밴드·오케스트라의 조화에 해금 연주·사물놀이패까지 가미해 완벽에 가까운 협연을 보여줬다. 김진표(패닉 전 멤버)의 게스트 출연에 이어 해외 거주 중인 서동욱(전람회 전 멤버)까지 등장하자 무대는 절정에 달했다. 전람회(김동률·서동욱)와 패닉(이적·김진표)이 한 무대에서 '그녀를 잡아요'를 합창한 것은 카니발 앨범 녹음 이후 처음이다.

예상대로 앙코르 송은 '거위의 꿈'이었다. 카니발 앨범의 마지막 곡이었던 이 노래는 세월과 함께 감동의 무게가 더해지며, 온 국민의 '희망가'로 자리 잡았다. 모든 관객이 합창한 '거위의 꿈'은 요즘처럼 힘든 때 더욱 절절한 메아리로 가슴을 파고 들었다.

한 장의 앨범만 내고 사라진 그룹에 대해 이토록 뜨거운 성원이 쏟아진 이유는 단지 그때의 활동이 아쉬워서가 아니었다. 해체한 뒤 각자의 길을 걸으며, 음악적으로 두세 뼘 이상 성장한 두 멤버에 대한 찬사였다.

당시 20대 중반의 총기 넘치는 두 뮤지션이 카니발 활동을 통해 서로를 보완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적과 김동률은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2만여 관객은 뜨거운 환호로 대신 말해 줬다.  

정현목 기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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